우동 한그릇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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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프롤로그]
지난 89년 2 월
일 본 국회의 예산심의 위원회 회의실에서
질 문에 나선 공명당의 오쿠보의원이
난 데 없이 뭔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.
대정부 질문중에 일어난 돌연한 행동에
멈 칫했던 장관들과 의원들은 낭독이 계속되자
그 것이 한편의 동화라는 사실을 깨달았 다.
이야기가 반쯤 진행되 자
좌석의 여기저기에서는
눈물을 훌쩍이며
손수건을 꺼내는 사람들이
하나둘 늘어나더니
끝날 무렵에는 온통
울음바다를 이루고 말았다.
정 책이고
이념이고 파벌이고 모든 것을 다 초 월한
숙연한 순간이었다.
장관이건 방청객이건,
여당이건 야당이건,
편을 가를것 없이 모두가 흐르는 눈 물을
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.
국회를 울리고,
거리를 울리고,
학교를 울리고 결국은 나라 전체를 울린
'눈물의 피리'가 바로
우동 한그릇 이란 동화다.
감격 에 굶주렸던 현대인에게
우동 한그릇은 참으로 오랜만에
감동연습을 시켜준 셈이다.
"울 지않고 배겨낼 수 있는가를
시험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 읽어보라"고 일본 경제신문이 추천한 이 작품의 화제는
전 일본을 들끓게 했던 작품입니 다.
- 다음 검색에서
우동 한 그릇 / 구리 료헤이
해마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
우동집으로서는 일년 중 가장 바 쁠때이다.
"북해정"도 이날만은
아침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빴 다.
보통 때는
밤 12시쯤이 되어도 거리가 번잡 한데
그날 만큼은 밤이 깊어질 수록집으로
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지 고
10시가 넘자 북해정의 손님도 뜸해졌 다. FONT>
사람은 좋지만
무뚝뚝한 주인보다 오히려
단골손님으로 부터 주인 아줌마라고
불리우고 있는 그의 아내는
분주했던
하루의 답 례로 임시종업원에게
특별상여금 주머니 와 선물로
국수를 들 려서 막 돌려보낸 참이었다.
마지막 손님이 가 게를 막 나갔을 때,
슬슬 문앞의 옥호막 (가게이름이 쓰여진 막)을
거둘까 하고 있던 참에,
출입문이 드르륵하고 힘없이 열 리더니
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 가 들어왔다.
6세와 10세 정도의 사내들은
새로 준비한듯한 트레이닝 차림 이었고,
여자는 계절이 지난
체크무늬 반코트를 입고 있었 다.
"어서오세요!" 라고 맞이하는 주인에게,
그 여자는 머뭇머뭇 말했 다.
"저...... 우동......
일인분만 주문해도 괜찮을까 요......"
뒤에서는 두 아이들이
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 었다.
"네...... 네. 자, 이쪽으로." 난로 곁의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
여주인은 주방 안을 향 해,
"우동, 1인분!" 하고 소리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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